올해 1월, 한국의 1인 개발자 SOMI가 공개한 신작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는 최근 스팀에서 5000건을 넘는 압도적인 호평 리뷰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게임의 시스템, 사운드, 스토리 모두 높은 평가를 받는 가운데, 많은 리뷰에는 “감동적이다”, “공감했다”, “치유받았다” 등의 표현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부산에서 20년 가까이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SOMI는 지난 10년 동안 『레플리카』『리갈 던전』『더 웨이크』로 이루어진 ‘죄책감 3부작’을 포함해 6개의 작품을 발표해왔다. 주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그가, 이번에는 ‘완전히 자신과 분리된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미해결 사건』을 즐긴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늘 SKOOTA에서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디 크리에이터 SOMI 본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작업의 제작 비화와 그 안에 담긴 생각 등, 그의 게임을 플레이한 사용자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부분에 대해, 제작자 본인이 경험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SOMI(소미)
2014년 『RABBIT HOLE 3D』로 게임 개발 데뷔
대표작: 『REPLICA』(2016), 『LEGAL DUNGEON』(2018), 『The Wake』(2020)
최신작: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2024)
2016년 INDIE STREAM Festival 수상
2020년 Indie Arena Booth 베스트 스토리 게임상 수상
2024년 A MAZE./Berlin 2024 대상 수상 BitSummit Drift 게임・디자인 최우수상 BIC Fest 2024 심사위원상・소셜 임팩트상 수상 등, 경력 다수
현재 법조계에서 근무하면서 1인 개발자로 활동
20년 차 법조인, 10년 차 게임 개발자 SOMI “우연과 호기심에서 시작된 게임 개발”
――최근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디 게임계의 유명한 개발자 SOMI님을 모셨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SOMI: 먼저 유명하다는 말은 저와는 잘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笑)。저는 한국 부산에서 혼자 외롭게 인디 게임을 약 10년째 만들고 있는 SOMI입니다. 2014년에 『RABBIT HOLE 3D』라는 작품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6개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REPLICA』(2016), 『LEGAL DUNGEON』(2019), 『THE WAKE』(2020)로 구성된 죄책감 3부작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에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2024)라는 제목의 최신작을 발표하여, 지금 막 홍보 활동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업 개발자는 아니고 본업과 1인 개발을 병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게임 제작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는데, 게임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떤 크리에이티브 활동을 하셨나요?
SOMI: 대학 시절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단편 소설을 써서 문학 작품 공모전에 출품하고, 소설가로 데뷔하고자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데뷔는 하지 못했지만…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고등학생 때 만화가가 되고 싶어 만화를 열심히 따라 그리곤 했습니다.
――소설가 혹은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대학 시절에서 현재의 게임 개발에 이르게 된 경위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SOMI: 기본적으로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지금도 법률 관련 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직장에는 이미 20년 정도 근무하고 있고, 일상 생활에서 햄스터의 회전 바퀴처럼 회사를 다니는 데 매우 익숙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나만의 창작 활동, 나만의 창작물 혹은 매우 창의적인 활동이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내가 가진 생각이나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처음에는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앱을 만들어서 앱 스토어에 출시하는 활동도 했었습니다. 타로 카드로 점치는 앱이나, 1년 후의 편지라는 앱처럼 1년 후에 이메일로 보내주는 앱도 만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떤 하나의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게임 개발에 자리잡게 되셨나요?
SOMI: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배우고 앱을 만들어 판매도 해본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휴대전화에서 당시 매우 인기 있었던 『Super Hexagon』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은 정말 훌륭한 인디 게임인데, 당시에는 인디 게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저도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게임을 해보아도 이것이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지 알지 못했고, 그때는 “이것만 조금 만들면, 이보다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면서 그때 만든 것이 『RABBIT HOLE 3D』였습니다.
――현재의 SOMI님과『RABBIT HOLE 3D』의 분위기는 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笑)。
SOMI: 사실 지금도 리듬 게임에 대한 강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무엇을 만들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 “다음은 본격적인 리듬 게임을 만들고 싶다”라고 자주 대답했습니다. 게다가 칩튠(chiptune)도 정말 좋아해서, 칩튠으로 『Super Hexagon』을 초월하는 멋진 리듬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목표가 남아 있습니다.
――앱을 만드셨다고 하는데, 확실히 한국의 앱 스토어에서 3위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앱 쪽이 동기부여가 더 컸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왜 게임 개발로 전환하셨을까요?
SOMI: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앱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우연한 계기였고… 그 이야기는 지금 할 이야기가 아니지만요. 앱을 만들던 시기에서 게임으로 전환한 것도, 사실 “다음 앱은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을 때 “이렇게 공수가 적어 보이는 게임이 이렇게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러면 나도…”라는 정도의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아, 게임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정이고, 언뜻 보기에는 정말 간단해 보이는 게임이라도 방대한 연구와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더 걸렸죠.
형식에서 메시지로「게임에 정치란 없다」
――”호기심”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호기심에서 최초의 게임을 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후에 이어지는 SOMI님의 대표작 ‘죄책감 3부작’에는 어떤 호기심이 작용했을까요?
SOMI: 『RABBIT HOLE 3D』를 만들고 나서, 그 후 『RETSNOM』(2015)이라는 2D 퍼즐 플랫포머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2D 게임, 예를 들어 픽셀 아트 안에 조금씩 이야기를 담아 넣는 방향성이 조금씩 정립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REPLICA』를 만들 때는, 『RETSNOM』을 출시한 후 “다음 게임은 무엇을 만들까”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전화 화면에 픽셀 아트로 만든 아트를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중에 발견한 그 이미지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화면 전체를 휴대전화 화면으로 만든 게임이 있을까”라고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게임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화면 자체를 픽셀 아트로 화면 전체에 표시하면 화면이 굉장히 아름다워질 것 같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그런 접근에서 들어갔던 생각이 납니다.
즉, 『REPLICA』는 형식을 먼저 만들었던 게임이었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을 게임 안에 그대로 구성하겠다는 생각에서, 휴대전화 화면, 그리고 그 안에서 메시지 앱이 작동하는 과정, 사진, 다양한 앱이 들어있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만든 후에 이제 이야기를 후에 넣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처음 『REPLICA』에 넣었던 이야기는 지금 출시된 버전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죄책감 3부작의 시작이 되는 작품.
――죄책감 3부작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REPLICA’가 형식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이야기 또한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하는데, 조금 더 자세히 여쭤봐도 될까요?
SOMI: 처음에는 『태양이 가득히』(1955)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려고 했었습니다. 타인을 죽여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가는 톰이라는 주인공이, 대부호의 아들인 디키에게 접근해 디키를 죽이고, 자신이 마치 디키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기본 스토리라인입니다. 톰이 디키라는 인물을 죽인 직후에 디키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디키가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디키의 친구에게 “어떻게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로 구성하려 했습니다. 그런 구성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하는 와중에 2016년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그리고 그 이전에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SOMI: 그리고 그 전에도 있었던, 보도 출판 방송에 대한 압박과 각종 블랙리스트 사건들. 국가의 분위기 속에서 전체주의적 색이 너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뭔가 하고 싶고, 그럼 이 게임을 통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 넣을 이야기를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REPLICA』를 탄생시켰고, 또 죄책감 3부작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6년이라는 말씀이시네요. 이 이야기를 듣는 일본 분들도 상당히 큰 사건이었기에 기억하고 계실 것 같은데, 당시의 사건이 SOMI님의 창작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다만,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 반감이 강했을 것 같습니다. 그와 관련해 당시에는 실제로 어떻게 느끼셨나요?
SOMI: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게임을 통해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이 거의 없던 일이었다고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정말 어렸을 때, 대통령들이 출연해 싸우는 그런 패러디적인 게임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직접적이거나 공격적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게임이라는 매체를 다루는 접근 자체를 하나의 예술 매체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오히려 게임이라는 장르를 매우 좁히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게임은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매체의 특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조금씩 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이유도, 게임이 어느 정도 예술 장르로서 자리를 잡았지만, 동시에 게임은 즐거워야 한다는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즐거움이라는 취향이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들은 단순한 핀퐁 게임처럼 정말 간단한 게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의 구조의 변화와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해부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그런 인식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층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자사의 게임으로 접근하고 충분히 자기 게임이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젊은 세대들이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욱이 세계적인 시각 자체도 변해오고 있어서, 이른바 임팩트 게임이나 인플루언서 게임, 혹은 시리어스 게임이라고 불리는 게임을 하나의 장르로 보는 관점도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게임들을 별도로 모은 어워드가 만들어지고 상이 주어지는… 그런 게임에 대한 수요도 어느 정도 확립되어 가고 있다는 인식이 생기고, 그런 게임이 마케팅적으로도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는 거죠. 이러한 다양한 이유로 분위기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말씀하신 대로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러한 인식이 인디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게임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 시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격동의 시기를 살고 계신 SOMI님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게임에 정치란 없다”는 목소리는 지금도 들리나요?
SOMI: 맞습니다. “결국 정치적 의도로 만든 게임”이라는 리뷰도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던 시기에 페미니즘 압박을 위한 사상 검증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매우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악의 있는 댓글도 많이 받았고, 게임이 나올 때마다 지금도 미해결 사건 게임과 관련하여 인터넷 게시판을 찾아보면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페미니스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다”라며 “더 이상 보지도 말고 피하자”, “절대 사지 말자”는 시선이 있고, 다른 하나는 “이 사람은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 사람의 게임은 믿고 해도 안전하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여전히 게임 안에서 한 개인의 의견이나 시각, 사상, 철학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매우 금기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관련 인터뷰 중에 “당신은 최고의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평가를 매우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笑)。
SOMI: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부하고 많은 것을 배워야 할 부분이니까요.
게임에서 지우고자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신’ ‘완전한 허구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는 아까 이야기한 죄책감 3부작과는 다르게 “얼굴이 있는 게임으로 만들겠다”라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봤습니다. “얼굴이 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SOMI: 지금까지의 죄책감 3부작에는 인물의 일러스트가 전혀 없었습니다. 보통 인물·캐릭터를 알아가면서 대사를 읽게 되지 않나요. 그 대사를 통해 “아, 이 인물은 대충 이런 얼굴일 것 같다” “나이는 이 정도일 것 같다”는 식으로 추론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어느 날 『LEGAL DUNGEON』의 일본어 번역이 엉망이 되어버린 상태로 출시되었습니다. 리갈 던전의 그 번역에도 불구하고 『그노시아』(2019)를 만든 푸치데포트의 시고토님과 코토리님 두 분이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그쪽에서 연락을 주셨고, 『그노시아』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고쳐 주셨고, 거기에다가 일러스트까지 그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일러스트와 함께 스위치판이 판매되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이전과 전혀 달랐습니다.『리갈 던전』의 초기 버전과 비교해서, 사실 일러스트 한 장의 차이뿐인데요. 번역의 문제는 스위치판이 출시되기 전에 이미 해결이 되었기 때문에, 일러스트 한 장을 통해 사람들이 이 캐릭터에 느끼는 것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그때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일러스트라는 것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측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인물이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 대해 그 당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노시아』는 최근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SOMI: 맞아요.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SOMI님의 작품도 애니메이션화되는 것을 기대해도 좋을까요?
SOMI: 그렇게 된다면 정말 멋진 일이겠죠. 『리갈 던전』과 같은 작품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방금 전에 대답한 것 중에 “일러스트가 있는 것은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리갈 던전 이전에는 일러스트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셨던 건가요?
SOMI: 아니요, 별로 좋지 않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REPLICA』를 만들 때나 『리갈 던전』을 만들 때나 그 작품에 최적의 이미지를 사용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음… 『REPLICA』는 실은 인물이 필요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물에 대한 추상성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아니면 죄수의 딜레마라는 상황 자체를 더 부각시키거나, 혹은 이 휴대전화의 기능에 더욱 집중하여 게임을 만들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리갈 던전』의 경우는 대화 장면에서 계급장이 인물의 대체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람으로서 대우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안에서 하나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인간들, 그런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또한 『리갈 던전』의 경우 주인공의 성별도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엔딩 직전까지 성별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애매함이 또한 사람들에게 제약 없는 상상력을 줄 수 있는 측면도 고려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코토리님의 일러스트를 통해 작품을 보는 새로운 시각에 깨달음을 얻으시고,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SOMI: 욕심이 많은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얼굴이 있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면서 만들고자 했던… 그런 개인적인 욕망이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얼굴이 없는 아이들을 창조해왔던 SOMI님이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있는 아이들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 마음가짐이 실제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SOMI: 얼굴이 있는 아이들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특징적이면서 후에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후에 게임을 다 만든 후에 “아, 이런 차이가 있었구나”하고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죄책감 3부작과는 다르게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는 내용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REPLICA』, 『LEGAL DUNGEON』, 『THE WAKE』처럼 형식을 먼저 만든 것이 아니라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통째로 먼저 만들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최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형식을 만들어 갔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인물의 모습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의 제작된 작품들과는 달리, 내용을 먼저 만들었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전 인터뷰에서 “게임에서 메시지는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게임은 메시지보다 아름답고 동시에 중요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의 의미에 대해 여쭤보아도 될까요?
SOMI: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완벽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죄책감 3부작을 만들면서 느낀 것은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계속 깎아내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내가 느낀 당시의 죄책감, 내가 이 사회에서 변화시키고 싶은 부분. 그리고 사람들에게 “너희들도 같은 감정을 한 번 느껴봐라”, “너희들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가?” 하는 것을까지. 이 상황을 완전히 전달할 수단으로서 게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는 측면이 굉장히 강했고, 마지막 『THE WAKE』를 만들 때 그것을 가장 절실히 느꼈던 것 같습니다.
SOMI: 그 게임은 완전히 내 경험만이 담겨 있는 내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 게임 제작이 나의 트라우마나 근본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정으로도 이어졌지만, 오히려 이 작가에게 의지하게 되는 게임이 되었다는 생각도 강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게임을 만들 때는 “완전한 창작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정말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된다면 그 안에 나오는 인물들도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되겠지요. 그 안에 있는 에피소드, 그 안에서 생겨나는 감정들도 내가 사회 또는 지금의 현실에서 얻은 경험과는 오히려 서로 멀어지는 느낌이 들도록. 낯선 공간, 그것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SOMI라는 인간이 빠져도, 작품이 이미 하나의 세계로서 완성되어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 완벽한 세계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그런 추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네, 그런 생각과 함께 주제에 대해서도 완벽하고 아름다운 세계라는 것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한 접근과 그 주제에 대한 생각은 기존에 내가 게임에 대해 가지던 생각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나타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게임은 이렇게 되어야 한다, 뭔가에 대한 확실한 명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보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로운 분위기의 게임을 만들어 보자, 그 정도의 무게로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없어도 성립되는 세계를 그리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그것이 “따뜻한 애정과 인간미가 가득한 세계”라고 하니, 매우 복잡하고 쓸쓸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하니,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까요.
SOMI: 쓸쓸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笑)。
――자신이 없는 세계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환호와 공감을 받게 되리라고는 출시 전부터 예상하셨나요? 아니면 전혀 의외라는 생각가 드셨나요?
SOMI: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상했다”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양쪽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 출시를 앞두고 감정이 오르내리거든요. 어떤 날은 “이거 완전히 대히트 게임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이렇게 재미없는 게임을 누가 할까?”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이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제 개발자 친구들이나 퍼블리셔들에게 게임을 보냈을 때 반응이 전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혼자 자기 만족하는 게임을 만들어버렸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이 게임을 로컬라이즈하기 위해 번역자 분들에게 게임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포함해 출시할 생각도 했으므로. 번역을 의뢰할 때 ‘잘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먼저 플레이하고 번역을 시작해 주세요’라는 게임 빌드를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2일 후, 같은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직 음악도 없는 단계였습니다. 번역하면서 동시에 음악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죠. 그 메일을 보고 느꼈습니다. “아, 이건 괜찮겠다. 괜찮겠다”라는 안도감이랄까요. 뭔가 대단히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지만, 구원받았다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인상적인 이야기입니다. 로컬라이징을 진행하는 중에 그런 평가를 만나셨다는 말씀인데요.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번역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의 경우 어떻게 로컬라이징을 진행하셨는지요?
SOMI: 번역이라는 것이 예전에 잘 의뢰하지 못해서 정말 곤란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REPLICA』까지는 제가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번역이 엉망이었습니다. 끔찍한 번역 상태로 출시한 후에 인기를 얻고, 팬분들이 하나씩 번역해 주셨습니다. 그 후 『LEGAL DUNGEON』에서는 제대로 번역을 하자며 국내 번역 회사에 의뢰했는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번역이 기계 번역보다 형편없어 심각한 고난을 겪었습니다.
결국 『LEGAL DUNGEON』의 경우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팬분들이 번역을 해 주시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THE WAKE』부터는 영어 번역이 거의 스탠다드가 되어 다른 언어로 확산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게임 업체에서 영한 번역자를 찾는 게 아니라 국내 문학 작품을 해외에 번역하는 분들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 중에서도 업계에서 많은 작품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은 매우 바쁘셔서 게임 쪽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문학 작품의 번역을 통해 문학번역원 등에서 수상하신 경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신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다 보내 연락을 했습니다. 대체로 게임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지만, 설득 과정을 거쳐 지금 함께 작업하고 있는 분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 덕분에 게임이 영어 버전에서도 제대로 표현이 전달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도 그분과 함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번역에서 특히 주의하고 있는 포인트가 있나요?
SOMI: 최근 유행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시적 산문’이라는 말. 시적 산문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번역할 때 많이 신경을 씁니다. 또, 번역하는 것과 로컬라이징은 전혀 다른 부분이잖아요. 일본은 로컬라이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체크를 넣으려 노력했습니다. 이번에도 『미해결 사건은 끝내야 한다』 경우, 두 번의 체크를 넣었습니다. 일본어를 처음 번역하고, 두 번째는 번역자 분이 아니라 게임과 일본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계신 분에게 한 번 더 체크를 의뢰했습니다. 게임 중에 있는 내용이나 분위기, 제목조차도 말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바뀔 수 있으니까요. 캐릭터의 말하는 방식이나, 심지어 캐릭터의 이름까지도. 작품에 등장하는 딸의 이름은 일본어로 사이카(犀華)입니다. 사이카라는 이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자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한자의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그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등에 대해 항상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번역을 할 때 질문을 하지 않는 번역자 분과는 작업을 잘 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글 하나하나에 비유가 있고, 그 안에 또 상징 체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출처가 있는 원문이나, 다른 종류의 매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그런 것에 대해 항상 서로 메세지를 주고받으며 이야기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문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번역 작업에서는 “많이 질문해 주세요”라고 전하는 편입니다.
(후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