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뢰를 밟았습니다.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2024년 도쿄게임쇼(TGS2024)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디게임 중 하나인 「피아(PIA)」가 던진 질문이다. ‘폭발물처리반’이라는 이름의 팀이 단 3주 만에 완성했다는 이 게임은 독특한 조작 방식과 역사적 메시지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뢰를 밟은 병사가 과연 지뢰를 해체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긴박한 상황을 그리면서, 전쟁의 상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무게 있는 메시지까지 담아냈다.
3주라는 극히 짧은 기간 동안, 왜 ‘지뢰 제거’라는 주제를 선택했고, 어떻게 이처럼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개발 과정에 담긴 생각과 고민, 그리고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 SKOOTA에서 ‘폭발물처리반’ 개발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이:
폭발물처리반 (게임인재원 5기)
- 김택근: 팀리더(기획자)
- 김태욱: 기획, 프로그래밍 담당
- 장소은: 아트 총괄 담당(배경)
- 박은희: 아트 담당(오브젝트)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 “긴장감과 몰입도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지뢰를 제거한다”는 경험 자체도 특수하고, 한국전쟁을 테마로 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먼저 이 게임을 만들게 된 최초의 영감, 즉 첫 아이디어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 택근:우선 저희는 긴장감과 몰입감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거는 몰입감입니다. 게임에서 어떻게 하면 몰입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인 게임의 캐릭터 상황이랑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행동을 일치시키면 조금 더 몰입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게임 내에서 지뢰를 해체할 때 그 과정이 힘들 텐데 그것을 플레이 조작으로 표현해보자고 생각이 들어서 이런 피아PIA라는 게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긴장감, 몰입감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행동을 일치화시킨다”는 방향성을 생각해내신 것이 특이한데요. 하지만 왜 “지뢰 해제”라는 경험을 유저에게 체험시키고 싶었는지가 궁금합니다.
김 택근:게임의 컨셉을 결정하는 중에 팀원 중 한 분이 가족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 팀원분의 할아버지신 고 박종섭 중사님께서 1966년 9월 6일, 15사단에서 6.25 전쟁 때 사용됐던 지뢰를 제거하던 작업 중에 순직하게 되셔서 현재 현충원에 모시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뢰 게임을 만들기로 했었는데 그 팀원이 이제 자신이 이 팀에 합류한 게 운명인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지뢰 게임을 만들게 되었으니까 할아버지를 알리고 싶다라는 얘기를 해서 컨셉을 그런 방향성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뢰 게임이라는 아이디어가 먼저 있었고, 그 후에 개발 멤버의 이야기가 나온 거군요.
김 택근:네, 지뢰라는 소재는 영화 같은 데서도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 활용이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긴장감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지뢰라는 소재를 사용을 했고, 또 이제 지뢰를 밟은 상황에서 해체하는 경험을 게임으로 구현함으로써 좀 더 생명을 위협하는 그런 긴박한 감정을 조금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뢰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죠. 혹시 참고하신 작품이 있나요?
김 택근:사실 지뢰에 관련된 영화들은 많이 참고를 했었는데요. 사실 제가 영화 제목들은 전부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고 막 사막에서 지뢰를 밟으면서 환영을 보는 그런 영화도 있었던 것 같고, 또 지뢰 말고도 뭔가 긴박한 상황을 주기 위해서 운전에서 멈출 수 없는 납치극이라던지 요런 부분도 참고하면서 소재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멈출 수 없다”는 요소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네요. PIA도 체력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플레이어를 조급하게 만드는 게임 구조가 있었는데, 실은 플레이해보면서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였거든요(웃음). 이 게임의 가장 큰 적은 멧돼지나 적군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것 같을 정도로, 긴장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택근:감사합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을 다룬다는 것 “위험은 현재진행중”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게임은 한국전쟁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게임을 제작함에 있어서 역사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또 그에 따른 리스크가 있었는지 등을 여쭙고 싶습니다.
김 택근:실제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는 만큼 이제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지뢰는 가상의 지뢰이며 실제 지뢰는 밟자마자 폭발합니다’ 요런 문구를 써놓는 식으로 잘못된 정보나 표현으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썼었고요. 또 유저 분들이 받아들이실 게임의 분위기적 측면에서도 좀 한국전쟁에 대한 그런 무게감을 존중하면서도, 게임으로써는 재미를 잃지 않는 그런 균형을 맞추는 게 조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죠. 아트 쪽에서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 은희:아, 그 배경을 만드는 데 있어가지고 한국전쟁이라는 부분을 표현할 게 뭐가 있을까 했는데 철조망을 넣자는 등의 뭐 그런 것도 있었고, 그런데 제작하는 기간이 너무 짧은 거예요. 그래서 넣을 수 있는 게 없어가지고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웠어가지고… 최대한 택근님이 디자인해 주신 지뢰를 최대한 똑같이 만들려고 했는데 사실 캐릭터의 공복이나 이런 거 말고는 표현된 부분이 조금 적은 것 같아서 그게 조금 아쉽긴 해요.
장 소은:한국전쟁이 배경이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이제 더 전쟁에 엄숙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가지고 이제 환경 설정하는데 고민을 좀 많이 했고, 그리고 당시 배경에 사용했을 것 같은 그런 소품들을 음… 많이 검색했던 것 같아요. 너무 이제 요즘 현대식으로 그런 해체 작업에 있어서 사용되는 소품들을 쓸 수는 없기에 그 당시에 사용했을 법한 걸로 설정할려고 약간 일부러 원목 느낌의 소품으로 제작한다던가 이런 식으로 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주인공이 지뢰 해체에 사용했던 도구들도 그런 고증의 일환이었던 거군요.
장 소은:네, 저희가 이제 자료를 처음에 레퍼런스를 찾을 때 그 현대식의 그 소품을 쓰지 않고 일부러 저 옛날에 썼을 것 같은 이미지를 주로 검색해서… 원래 그 소품 중에 초콜렛 같은 게 있어요. 근데 그것도 지금 나오는 상품이 아니라 예전에는 그냥 그니까 그는 초콜릿 바를 투박한 그런 걸로 만들었을 것 같다 이런 걸 의견을 나눠서 이제 당시 시대 상황에 맞추려고 많이 의견 나눴던 거 같애요.
――당시의 전쟁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셨네요. TGS에서도 그런 부분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던 ‘전쟁’과 실제로 현장에서 유저들이 체험한 ‘전쟁’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택근:우선, 이 ‘전쟁’이라는 단어 자체를 입에 담기가 굉장히 무겁다는 걸 항상 의식하고 있구요. 물론 저도 현역을 나왔지만, 지금 이 순간도 국가를 지키고 계시는 국군 장병분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에 현재 저희 일상이 평화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국은 이제 전쟁이 끝나지 않은 국가잖아요. 그래서 또 요즘 국제 정세도 많은 이슈들이 있다 보니까 평화의 중요성이 좀 다시 떠오르는 시점이라서 더욱 입에 담기가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김 택근:저희 게임이 그 전쟁이라는 현실의 무게를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유저분들께서도 저희 게임을 플레이는 재미있게 즐겨주시되,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휴전 후에도 아직 지뢰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처럼 이제 전쟁이라는 게 단순한 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아픔이 오래가기 때문에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되고, 또 저희의 평화를 만들어주시는 그런 국군 장병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도 재미있게 즐겨주시고 끝나고 나서 그런 한국 전쟁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저희가 생각하는 전쟁이랑 유저분들이 생각해주신 전쟁이랑 통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프로그래머이신 태욱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태욱:“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부분은 저도 이 게임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포인트에요. 그리고 사실 요즘 한국에서는 군인에 대한 인식이 되게 안 좋은데, 여기 한국이 좀 평화로워지기까지 이런 노력들이 있었다… 약간 캠페인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우리의 평화는 그냥 얻어낸 게 아니라 그동안 국군 장병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라는 걸 좀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의 군인에 대한 인식 문제는 TGS에서 처음 게임을 접한 해외 유저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 배경도 이번 취재를 통해 다룰 수 있어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인재원에서 결성된 개발팀 “처음 기획 발표를 듣자마자 ‘이거다’ ”
――앞서 말씀하셨듯이, 이 게임은 3주 만에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초기 기획과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게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택근:우선, 저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인재원이라는 교육기관에서 학부생으로 구성된 팀이에요. 피아의 개발은 게임인재원에서 3주 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고요. 3주라는 제한 시간이 있다 보니까 추가한 요소들보다 제거한 요소들이 좀 많았는데요. 처음에는 지금보다 해체 과정이 더 복잡했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가지고 있는 야전 삽에 탄띠를 묶어서 갈고리를 만들어서 멀리 있는 물건을 가져와서 해체해야 된다던가, 요런 느낌의 현재 보유한 도구들을 조합해서 만든 물건을 활용해야 되는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이거 말고도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이제 일정상 다 못 넣은 것들은 이제 현재도 추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서 앞으로 디벨롭할 때 굉장히 좋은 양분이 될 거 같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순서 상 ‘게임인재원’에 대해 먼저 설명해 주시는 게 이해하기 쉬울 것 같네요.
김 택근:네. 게임인재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라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교육기관입니다.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으로 세 개의 반이 존재하고, 저희가 1년 동안 수업을 듣고 나머지 1년 동안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2년 과정의 교육 커리큘럼을 가진 교육기관입니다. 피아는 1년 차 때 매 학기마다 진행하는 미니 프로젝트에서 나온 게임이고요. 현재는 이제 저희가 2년 차에 접어들어서 졸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서, 피아의 추가 작업은 각자 프로젝트에 방해가 되지 않는 개인 시간을 할애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기관에서 지금의 멤버가 모이게 된 거군요. 어떤 계기로 이 네 분이 모이게 되었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 택근:우선은 게임 인재원에서 이제 매 학기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저희가 진행했던 피아 같은 경우는 이제 3쿼터 때 진행했던 프로젝트예요. 근데 이 프로젝트가 조금 특별했던 게, 프로그래밍반 인원 없이 기획반과 아트반만 참여하는 특별한 프로젝트였고 기획자가 기획안을 준비해서 발표를 하면 아티스트분들이 기획안을 듣고 마음에 드는 기획안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김 택근:태욱 님은 저랑 같은 기획반 동기인데 기획반에서 또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친구여서. 제가 태웅 님이랑 맨날 굉장히 학교를 불태우면서 밤새 같이 공부하고 과제하고 게임하고 요런 사이여서 팀을 같이 맺자고 러브콜을 보냈고 이제 태웅 님도 이제 몰입감 있고 독특한 게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저랑 같아서 이제 프로그래머 겸 기획자로 참여를 하게 됐구요. 또 둘이 최초의 이런저런 아이디어 공유하면서 초안을 준비하고 발표를 해서 아트분들의 선택을 받아서 팀이 꾸려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기획이 있고, 그걸 본 아티스트가 팀에 합류하는… 그런 구조였던 거네요.
김 택근:네.
――그렇다면 아트 쪽 분들께도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왜 PIA 팀에 참여하고 싶으셨는지요?
박 은희:저는 택근 님의 피아 기획을 듣자마자 ‘아 이거다’ 싶었을 만큼 진짜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뢰를 해체하면서 느끼는 그 불편함이랑 그 불안함을 조작감으로 재현한다는 게 되게 신박하고 진짜 창의적이라 생각해서, 다른 거는 생각도 안 하고 바로 택근 님한테 저 좀 뽑아달라구 했을 정도로. 그리고 처음에는 제목도 피아가 아니라 지해시라고, 지뢰 해체 시뮬레이션 줄임말이었어요.
――바뀐 게 개인적으로는 더 낫네요.(웃음) 소은 님은 어떠셨나요?
장 소은:저도 은희 언니랑 비슷해요. 다만 제가 원래 조금 특이하고 신선해 보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근데 이제 피아가 처음에 기획 분들이 발표하실 때 일단 어려운 조작감 이러면서 손 모양 이런 거를 보여주셨거든요. 여기서 일단 취향에 꽂혔고, 그리고 제가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거를 많이 해보았는데, 보통은 이 어려운 조작을 감도를 좀 너무 빠르게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맞춰가지고. 보통은 억지로 어렵게 만드는 느낌으로 가거든요. 근데 이거는 그러지도 않았고, 폭탄 해체하는 컨셉의 게임은 봤어도 지뢰를 해체하는 컨셉의 게임은 처음 본 거예요. 그래서 이걸 해야겠다 하는 게 좀 컸어요.
그리고 또 택근 님이랑 3쿼터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1쿼터 때 같이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팀워크가 잘 맞았고 프로젝트 결과도 괜찮았던 것 같아서 ‘아 믿고 할 수 있겠다’ 했던 게 컸죠.
――말씀을 듣다 보니 게임인재원에서는 아트 쪽 인원이 적은 것 같은데,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김 택근:사람 비율로 따지자면 얼마더라…
김 태욱:기획이 한 20명에 프로그래밍 40명… 아트는 20명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박 은희:아트가 0.5 같은 느낌.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까, 그렇게 적은 인원 중에서 피아에 처음부터 두 분이나 참여했다는 건가요?
김 택근:아니요, 처음에는 4명이었습니다. 그게 가장 많은 케이스였죠. 원래는 2명이 정원이라서…
――상당한 기대주였군요.
제한된 제작기간, 각자의 동기부여란 ‘3주 동안 10시간도 안 잤다’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각각의 팀원이 어떻게 동기부여를 유지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아트를 담당하신 은희 님부터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박 은희:3주 동안 제가 인재원에 와서 처음 이제 모델링을 배우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뎠어요. 그래서 ‘아 어떡하지’ 이러면서도 만들어야 될 건 너무 많고 그랬는데, 당시에 택근님이 지뢰를 디자인을 가져오셨는데 너무 복잡한 거예요. 거기다 디자인이 또 원래 있는 게 아니래요. 세상에 없는 가상의 지뢰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는 싶은데 자신은 없고, 그러다가 뭐 어떻게 되겠지 싶어가지고 결국엔 ‘내가 할게’ 하고 맡게 되었죠.
――공부와 작업을 병행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소은 님은 어떠셨나요?
장 소은:저희 아트 측은 얼리얼은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데 유니티는 사용하는 법을 전혀 안 배우거든요. 근데 저희는 막상 3쿼터를 들어가니까 저희보고 유니티를 하라고 하는 거예요. 사실 모델링 같은 거는 1학기 시작하자마자 배우는 거라서 할 줄은 아는데 실제 게임에 상용 엔진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만드는 거는 그게 경험이 처음이었고, 심지어 그것도 얼리얼 엔진 같은 이미 배웠던 툴이 아니라 처음 써보는 유니티로 하라고 하니까… 사실 그냥 유튜브 같은 거 보면서 진짜 맨땅에 헤딩했어요. 그 3주 동안은 사실 작업만 한 게 아니고 공부를 더 많이 했어요.
――의외로 절망적인 느낌보다는 ‘내가 하고만다’와 같은 동기부여로 들리는데요.
장 소은:그니까 처음에는 어떻게 파일 여는 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랐는데, 이제 하다 보니까 이제 배경을 처음 만들어보는데도 유튜브 강좌 좀 보면서 하니까 자신감이 드는 거예요. 연기 같은 거 깔면서 ‘생각보다 쉬운데’ 싶으면서도, 이것보다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부분은 오히려 동기부여로 삼으려고 했던 점도 있어요.”
――실제로 공부와 작업을 병행하면서 얻은 성취감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던 거군요. 처음에 복잡한 지뢰 디자인을 받아들고 은희 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장 소은:네. 사실 그거 기획 측에 저희는 ‘그냥 3D만 할 줄 알고 유니티 같은 그런 툴을 만진 적이 없다’고 전달했더니, 이제 기획 측에서는 그냥 리소스만 전달해 주면 자기들끼리 배치를 하겠다 했거든요. 근데 제가 처음에 기획 측에서 리소스를 배치한 걸 보고 ‘와 진짜 안 예쁘다’라고 너무 생각이 들어가지구.(웃음) 이거 진짜 이렇게 게임 나오면은 안 된다. 이거 사람들이 키자마자 ‘이거 똥겜이다’ 하고 버릴까 봐 그래가지구. 거기서부터 더 배우겠다고 결심해가지고 더 열심히 했던 게 있던 것 같아요.
――팀을 구하기 위해 각성하신 거군요.(웃음) 태욱님은 지금 이야기를 들고, 당시 어떤 동기부여를 받았는지 기억나셨나요?
김 태욱:일단 그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자면, 저랑 이제 택근 님이 처음에 이제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이 프로젝트에서 지뢰 게임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당시 저는 팀의 프로그래머로서 참여하기로 결정이 됐었기 때문에, 택근 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게임으로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였죠. 거기에 추가적으로 당시 기획 인원이 1명 더 붙으면서 이제 팀원분 가족 이야기가 들어가게 됐고, ‘이거 생각보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는 생각에 3주밖에 시간이 없었는데도 잘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의 부담이 엄청 커져가지고…
또 당시 제가 택근님을 봤을 때는, 택근님이 컨셉이랑 아이디어가 되게 강한 편이지만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거는 제가 쫌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둘이 같은 팀을 하면 기가 막힌 것이 나오겠다 이런 생각 가지고 있었는데. 근데 이게 서로 같은 팀이 될 수가 없는 거예요. 서로의 강점 때문에 각자 기획이 붙어버리니까. 저 같은 경우 프로그래밍이 막 두 세명씩 붙는데, 택근님은 아트가 막 두 세명씩 붙어가지고. 서로 팀이 그냥 따로따로 돼서 1~2학기 때 같은 팀을 못 맺었죠.
김 태욱: 근데 3쿼터 때 교수님이 저를 기획이 아니라 프로그래머로 지정을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기획안 발표를 못하게 됐고, 그러니 ‘지금이 기회다’ 싶어 택근 님한테 바로 러브콜을 넣어 가지고 기획부터 이제 같이 참여를 하게 된 거죠. 처음부터 쭉 했으니까 제 게임이라는 의식이 강해가지고, 3주 동안 되게 열심히 했구요. 3주 동안 일주일에 10시간도 안 잤을 거에요. 주말 포함해서 거의 잠 안 자고 계속 만들었죠.
――엄청 힘드셨을 것 같아요.
김 태욱:되게 힘들었던 게 원래는 포지션이 기획자잖아요. 교육도 9개월 동안 기획자로 받았고, 그리고 6개월까지는 2D 아트랑 유니티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았죠. 3학기 때 이제 3개월은 일주일에 1~2번씩 이제 블렌더로 3D 모델링이랑 애니메이션 배우고, 그다음에 3D 유니티 게임 만드는 거 그렇게 잠깐 배운 거 뿐인데 이제 갑자기 3주 안에 게임을 완성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아 이거 진짜 큰일 났다’ 싶었고, 구글링이랑 유튜브, ChatGPT를 막 쓰면서 병행해가지고 겨우겨우 이제 일정 맞출 수 있었죠.
물론 이제 제가 또 프로그래머 겸 기획자인 것도 영향이 있었어요. 연출에게 미리 롤을 좀 알려달라 하고, 이제 밸런싱을 좀 위주로 하고 싶어서 그냥 제가 수치를 기획자한테 안 넘기고 따로 파라미터 뺀 뒤에 임의로 조정했어요. 그냥 나중에 괜찮냐고 컨펌만 받고… 그래서 기간이 짧았음에도 아마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지 않았나… 그렇게 제 게임이라는 점이랑, 같이 게임 만드는 거 나오는 걸 보다보니 재밌었던 게 채찍질로서 잘 들었던 것 같아요.
――굉장한 열정이네요. 이 이야기를 듣고 팀 리더이자 기획자인 택근 님은 어떻게 제작과 마주했는지 기억나시나요?
김 택근:일단 동기는 엄청 많았어요. 제가 기획한 게임이기도 하고 또 제가 팀장의 입장에서 이 잘하는 팀원들을 데리고 게임을 개발했는데 게임이 안 나오면 안 되니까. 3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야 된다는 압박감이 좀 저는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습니다.
제작 속 비하인드 스토리 ‘이거 진짜 만들고 계시는 거 맞냐’
――짧다면 짧은 3주라는 개발 기간 동안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 택근:사실 3주라는 스케줄이 좀 빠듯한 게 가장 큰 문제였어가지고 큰 트러블은 따로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저희 팀원들끼리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말을 하고, 납득이 되면은 바로 수정하는 식으로 일했어서… 크게 트러블이 있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건에 관해서는 리더 이외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네요.(웃음)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걸 알려주실 분 계실까요?
김 택근:트러블이라기보다는… 저는 아까 말했듯이 게임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부분이랑 재미없어 보이는 부분을 잘 맞추거든요. 라고 해도 다른 동기들보다는 조금 더 잘 맞추는 수준인데. 어느날, 게임에서 이상한 부분이 눈에 보이는데 택근 님이 자꾸 괜찮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깜짝 놀란 나머지 아트분들이 그걸 리소스를 제작하고 있는 와중에 올라가사 ‘이거 진짜 만들고 계시는 거 맞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렇게 제가 한번 싹 갈아엎은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또 택근 님이 그런 의견은 잘 수용해주셔가지고, 트러블로 이어지진 않았어요.
――지금 태욱 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트 담당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딱히 트러블이라고 느끼진 않았나요?
장 소은:팀 내에 불화 같은 건 딱히 없었고, 서로 맡은 거 잘하고 그랬어요. 근데 이제 아무래도 엔진 자체에다가 직접 3D 리소스 올리는 게 처음이다 보니까 시행착오가 진짜 많았죠. 그것 때문에 그냥 개인 스트레스가 좀 많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가 이제 3주 동안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마지막 날에 저희 아트 담당끼리서 밥을 먹던 적이 있었어요. 다 끝나고 ‘야 이제 진짜 끝났다’ 하면서 밥먹고 있는데, 갑자기 기획 측에서 리소스 더 만들어달라고 문자를 딱 보낸 거에요. 당시 파티 분위기가 다른 팀원들은 신나있는데, 나 혼자 침울한 표정으로 ‘얘들아 나 집에 가서 이거 만들고…’ 네 이런 거… 집에 가서 추가 작업하면서 살짝 취청휘청했는데, 그래도 다들 그 시간까지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 ‘아 나도 열심히 해야지’ 했지만, 어쨌든 살짝 얄미웠다…
박 은희:맞아요. 저도 같은 경험을 겪은 적이 있어요. 리소스를 좀 더 빨리 만들어 줄 수 없겠냐고…(웃음)
――확실히 그건 트러블이라기보다는 뒷이야기에 가깝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각 멤버의 장점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태욱님이 앞서 설명해주신 것처럼, 택근님과는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팀을 구성하셨다고 하셨는데, 아트팀 내에서도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다를 것 같은데요. 그 점에 대해서 소은님부터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장 소은:(웃음) 이번엔 칭찬 타임이라. 당시, 지금 이 자리에 없는 팀원 2명 더해서 아트팀원은 4명이었는데. 일단 한 친구는 그 당시에 캐릭터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어서, 저는 그런 개개인의 좀 성향에 맞춰서 일을 분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는 이제 박 하사 손 팔 그리고 다리가 나오는 에셋을 맡겼죠. 그 친구 외에 다른 친구는 자기가 뭘 잘해야 하는지 지금 살짝 헤매는 편이었지만, 손은 빨랐기 때문에 일단 나올 수 있는 건 최대한 맡겨보자는 생각에서 자잘하고 쫌 많은 양의 작업을 맡겨볼려고 했어요.
은희 언니 같은 경우에는… 이건 나쁜 의미가 아니라, 은희 언니가 속도는 조금 느린데 그만큼 또 디테일한 걸 잘 잡아요. 세밀한 걸 정성들여서 하는 작업을 잘 하는 편이라, 지뢰의 복잡한 디자인 디테일을 잘 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디테일 들어가는 작업들 주로 맡기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소은님이 아트팀의 태스크 담당이라고 할까요, 전체적인 작업 배분을 하시는 입장이셨던 것 같은데 맞나요?
장 소은:네, 그 당시에 제가 담당을 했고 지금은 팀원이 좀 적어져서 그런 분배를 딱히 안 해도 되긴 하는데, 그 당시에는 그렇게 작업을 했었어요.
――은희님은 다른 팀 멤버들의 장점을 어떻게 보셨나요?
박 은희:일단 제가 조금 느린 편이라서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다른 팀원들이 다 빠른 편이라가지고 안심이 됐었어요. 캐릭터 담당이었던 친구도 손이 빨랐고, 지금 나간 또 한명의 친구도 빨리빨리 처리하는 장점이 있었고. 소은이 같은 경우에는 처음 배우는 프로그램이라든지, 이런 것도 혼자서 찾아보면서 되게 잘 배우거든요. 그런 거 때문에 되게 든든했었어요.
――팀 리더로서 택근님은 멤버들의 장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활용하셨나요?
김 택근:우선은 태욱이… 아니 태욱 님 같은 경우가 문제가 보이면은 이제 피드백을 바로 직관적으로 잘해주는 스타일이라서 제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태욱이한테 물어보고 그랬죠. 물어보면 이제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 싶은 걸 태욱이가 잘 캐치해줘요. 그런 점에서 많이 도움을 받았고, 특히 UI가 처음에 굉장히… 그 당시의 말을 조금 순화해서 말하자면, ‘지극히 시스템적인 UI다’라고 할 정도로 좀 많이 이상했었는데, 그 얘길 듣고 좀 최신 게임들도 많이 찾아보고 하면서 현재 UI가 탄생하게 됐죠.
――태욱 님은 어떠셨나요?
김 태욱:저는 택근 님이 팀장이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한 번씩 다 해보거든요. 근데 만들어보면 이상한 게 보이잖아요. 만들면서도 이상한 게 보이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이제 택근 님한테 얘기를 하면 별 트러블 없이 잘 수용이 됐어요. 아트 분들도 나중에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면 그렇게 기분 안 나빠하시고, 재요청 드리는데도 바로바로 그게 컨펌이 되는 바람에 좋게 되지 않았나… 그렇게 서로의 강점을 다 살릴 수 있었던 것이 프로젝트가 잘 나온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피아에 대해 ‘스토리모드는 무료로, 그 뒤는 순수하게 재미에 집중하고 싶다’
――3주라는 극히 짧은 기간 동안 고생해서 만드신 게임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찾아올지가 궁금합니다. 향후 팀의 발전 방향성이나 새로운 프로젝트, 혹은 현재의 게임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김 택근:현재 공개된 데모 버전의 그래픽을 퀄리티 업해서 12월 달… 12월 내에 스팀에 출시하는 거를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구요. 또 현재는 저희가 게임인재원 교육 과정 도중이라 졸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11월에 끝나면은 사업화 팀을 꾸려서 이제 추가 개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플레이는 스토리 모드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열어놓을 예정이고요. 또 이후에는 오직 재미에 몰입한 그런 DLC를 개발해서 수익화를 해볼 예정입니다.
――DLC라고 하면, 기존의 PIA의 IP라고 할까, PIA의 기본적인 구조나 게임은 그대로 둔 채로, 좀 더 엔터테인먼트성이 높은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김 택근:네, 맞습니다. 하드모드 같은 것도 개발하고 여러 가지 조금 도전을 해볼 생각입니다.
――여태까지 역사를 다루는 것의 어려움과 무게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금까지 내놓은 부분을 무료로 공개하시겠다는 건, 바로 이 부분이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이기 때문에 무료로 남겨두고 싶다는 뜻이고, 거기에 더해 기본적인 오락성, 좀 더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한 것을 이 프로젝트 팀 안에서 실현해 나가시겠다는 걸로 이해하면 될까요?
김 택근:네, 맞습니다.
3주라는 매우 짧은 개발 기간. 제한된 인원과 리소스, 그리고 까다로운 역사적 테마를 다뤄야 한다는 점까지. 언뜻 보면 이러한 제약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인재원 5기의 ‘폭발물처리반’은 오히려 이러한 제약을 창의성의 원천으로 활용했다.
팀원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간 점. 그리고 무엇보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게임으로서의 재미’라는, 때로는 상충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낸 점. 그 두 가지가 합쳐져 탄생한 게임이, TGS2024에서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의 유저들을 사로잡은 지뢰해체 게임 ‘피아PIA’다.
역사적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 모드를 무료로 제공하고, 그 위에 게임성을 추구한 DLC를 전개하겠다는 앞으로의 계획에서도, 그들이 게임 제작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인디게임 씬에서 탄생한 이 새로운 도전이, 게임 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한편, 이번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세부적인 내용은 후속 오피니언 기사를 통해 더욱 깊이 있게 다뤄볼 예정이다.
- 인터뷰어:박 주현 (SKOOT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