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하나라고 합니다. 저번에 작성한 기사에 이어, 버닝비버 2024라는 인디게임 이벤트에서 즐긴 한국의 인디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Burning Beaver 2024 레포트 전편에서는 『Time to Live』, 『할로원더밴드』, 『소희』라는 세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각각 독자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내며, 플레이해본 저의 마음 속 깊은 인상과 여운을 남겼던 작품이었죠.

하지만 이 이벤트에서 제가 만난 타이틀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들은 또 다른 의미로 저의 놀라게 만들었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모두 “어? 이게 게임이라고?”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그 참신함에 어느새 푹 빠져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 방식이 기존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작품들과의 만남을 통해, 저 자신도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흥분과 발견을, 여러분께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어드벤처 -『SOUNDSCAPE』

부스의 모습. 클리어하면 젤리를 받을 수 있었다.

88번 부스의 팀 ‘OFFBEAT’가 만든 『SOUNDSCAPE』는 시각장애인의 시점에서 지하철 역사를 탐험하는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제한된 수단으로 공간을 파악하며 전진해 나가는 독특한 시스템이 특징이었습니다.

기존 시스템의 새로운 해석

언뜻 보면 호러게임 『LIDAR.exe』로 알려진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 걸로 여겨질 수 있는 작품. 하지만 어둠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 시각장애인의 일상적인 공간 파악이라는 관점에서 시스템을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뛰어납니다.

플레이어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일 없이, 마치 처음 방문한 것처럼 지하철 역사를 한 걸음 한 걸음 탐험해 나갑니다. 실제 존재하는 한국의 지하철역을 충실히 재현했다는 선택에서도, 개발팀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단순한 공포 연출이 아닌,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의 ‘모험’으로 그려내는 스탠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감과 존중으로 승화

개발자와의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LIDAR.exe』로부터의 영향을 솔직하게 언급하면서도 그것을 시각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담은 콘텐츠로 승화시키는 데 주력했다는 점입니다. 부스의 운영에 있어서도 지하철 티켓을 모티프로 한 기프티콘의 배포 등, 시각적 표현이 제한된 가운데서도 이벤트 전개에 공들인 흔적 또한 엿보였습니다.

로컬라이즈의 과제

한국의 지하철역을 충실히 재현함으로써, 한국의 유저들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공간이 시각장애인에게는 어떻게 느껴질지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만약 해외 전개를 하게 된다면, 이 ‘장소성’을 어떻게 로컬라이즈할 것인가가 흥미로운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서브컬처에 대한 깊은 이해가 빛나는 의욕작 -『파멸의 오타쿠』

부스 옆에 있었던 배너 스탠드.
‘인터넷에 진짜 친구들이 있다고!!’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70번 부스에 전시된 『파멸의 오타쿠』는 팀 ‘키위사우루스’가 만든 어드벤처 비주얼노벨 게임입니다. STOVE에서는 선행판의 데모 플레이가 공개 중이며, Steam에서의 공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리얼리티

2D 일러스트와 도트 그래픽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그래픽은 『NEEDY GIRL OVERDOSE』를 떠올리게 하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스토리는 일본의 온라인 게임의 열렬한 오타쿠인 주인공이, 일본 국내 한정 굿즈가 발매되면서 굿즈의 공동구매 총괄 역할을 맡게 되고, 맡은 500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해버리면서 시작되는 파멸적인 전개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캐릭터와 내레이션의 자조적인 어투, 오타쿠 커뮤니티 특유의 대화 등, 곳곳에 제작자의 서브컬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센스가 빛납니다. 많은 플레이어가 ‘섬뜩한 리얼리즘’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겠죠.

동시에, 디지털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스템이나, 『OMORI』나 『UNDERTALE』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 맵 디자인 등 게임성도 충실합니다. 쉽게 말해서 서브컬처 요소와 게임성의 양립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으로부터 배우는 개발자세

워낙에 인기 부스였던 탓에 개발자와 대화할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저는 플레이 중의 한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작중에서 ‘저녁이 되면 움직인다는 소문의 동상’을 발견한 저는, 실제로 저녁에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아쉽게도 동상이 움직이는 이벤트는 없었지만, 그런 플레이어의 행동을 눈치챈 개발자가 “밤이 되면 움직이는 기믹을 추가할까”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저의 귀에 들렸던 것이었죠. 그렇듯, 유저의 반응에서 개선점을 찾아내려는 자세에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로컬라이즈의 벽을 넘어서

본 작품은 한국의 서브컬처스러움을 멋지게 표현하면서도, 일본의 아이돌 게임 팬이라는 설정을 교묘하게 엮어내고 있습니다. 다만, 그 독특한 표현은 일본어로의 로컬라이즈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실제로 Steam 버전은 한국어만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 독창적인 디자인과 센스 때문에, 더 많은 지역과 국가에서의 전개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기대작이었습니다.

퍼즐과 액션의 절묘한 융합 -『The Genius Hamster』

샷건을 든 햄스터. 무서움과 귀여움이 공존하고 있다.

81번 부스의 1인 개발자 ‘GuiltyZun’이 만든 『The Genius Hamster』는 햄스터와 총과 퍼즐, 이 세 가지 요소로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액션 퍼즐 게임입니다.

평화와 혼돈의 전환

기본 시스템은 『SOKOBAN』를 계승한 퍼즐 게임이지만,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총을 꺼낼 수 있다는 독특한 장치가 특징입니다. 기본적으로 퍼즐을 푸는 퍼즐 모드는 평화로운 BGM과 초원을 뛰노는 햄스터의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총을 꺼내는 순간 블록 속에 숨어있던 적이 나타나, 액션 모드로 전환되는 모습이 강렬합니다. 어두워진 화면과 긴박한 BGM 속, 총알을 피하며 블록을 파괴해 나가야 하는 전개는 예상 밖의 재미를 자아내는 참신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리고 액션 모드에서 철수하는 방법 또한 뛰어난 유머를 보여줍니다. 항복 버튼을 누르면, 햄스터는 눈물을 흘리며 백기를 흔들고, 게이지가 가득 차면 하늘에서 거대한 손이 나타나 햄스터를 원래 위치로 되돌려주는 연출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에 대해서는 개발자는, 과거 인터뷰에서 “햄스터가 총을 든다는 비일상적인 행위 자체를 하나의 귀여운 장난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었죠.

연출에 대한 고집

퍼즐 모드와 액션 모드의 갭 차이, 자기 몸보다 큰 총을 드는 햄스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손 등, 세세한 부분에 녹아든 유머러스한 표현이 빛납니다.

국경을 넘는 매력

본 작품은 올여름 BIC2024에서도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며, 내년 Bitsummit 출전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이디어의 원점

개발 초기의 프로토타입은, 현재의 도트 그래픽 스타일이 아닌, 단순한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단순한 상태에서도 게임의 재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완성형의 이미지를 머리속에 지니고 있으면서, 이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획을 고안해낸 개발자의 발상력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GAME’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다 -『IMAGE ARCHAEOLOGY』와 『BARC』

마지막으로, 이번 버닝비버의 기획 전시 구역에서 만난 두 작품을 소개합니다. Bearmask와 Zhen Zhou Yong이라는 해외 개발자들이 만든, 기존 게임의 틀을 넘어선 인터랙티브한 비디오 게임입니다.

유적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다 -『IMAGE ARCHAEOLOGY』

紙종이는 전부 수기로 작성되었으며,
한국어와 영어가 예쁜 글씨로 정성스럽게 적혀 있었다.

거대한 두 장의 종이에 그려진 고대 유적, 수수께끼 같은 설명서, 그리고 삼색의 확대경. 이러한 도구를 구사하여, 주어진 설문에 답해나가는 고고학자 체험이라고나 할까요. 개발자의 해설을 따라 수수께끼를 풀어나갔지만, 정답의 수보다도, “이러한 놀이 방식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주어진 수단과 단서, 그리고 주관으로 찾아나가는 경험은, 마치 어린이의 상상 놀이와도 같은 체험으로, “게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왔습니다.

계산대 업무가 전투로 변모하는 순간 -『BARC』

바코드를 읽는 것으로 플레이 시작.
시간 내로 바코드를 읽지 못하면 HP가 줄게 된다.

영수증 프린터와 바코드 리더기를 무기로 싸우는 슈팅게임. 화면에 표시된 적의 바코드를 읽어들이면 영수증이 출력되고, 거기에 기재된 상품의 바코드를 찾아 읽어들이는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초반에는 여유가 있지만, 점차 영수증 프린터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주문에 쫓기게 됩니다. 실제로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저에게는, 일상 업무가 놀이로 승화되는 모습이 강렬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개발자들의 열정

Bearmask씨는 한국 거주 9년차의 개발자로, 본업 외에도 밴드 활동과 게임 제작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역사적 자료에 대한 관심에서 태어난 본작에는, 제작자의 취향이 짙게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손으로 그린 유적의 그림 등에서는, 자신이 생각한 게임의 재미를 전하고 싶다는 열의가 그대로 전해져, 저도 모르게 플레이하면서 어린아이 같이 들떴습니다.

BARC의 Zhen Zhou Yong씨는 영어로 밖에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했지만, 알기 쉬운 게임 시스템과 적절한 로컬라이즈로 많은 플레이어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이벤트 종료 직전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먼 곳에서 온 방문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플레이를 허락해준 배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성이 만들어내는 놀이

두 작품 모두, 한국이나 일본 출신이 아닌 개발자만의 신선한 시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특정한 문화적 배경이라기보다는, 개발자 개인의 취향과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 독자적인 놀이로서 결실을 맺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획 전시를 통해 ‘게임’과 ‘놀이’의 본질이란, 그러한 개인의 열정에서 태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젖어있었습니다.

마무리 – 버닝비버 2024를 되돌아보며

출구에 마스코트인 비버의 캐릭터가 ‘내일 또 만나!’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Burning Beaver 2024는, 변화를 거듭하는 한국의 인디게임 씬을 상징하는 의미 깊은 이벤트였습니다. STOVE라는 대형 플랫포머가 주최하면서도,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 독자적인 표현 방법을 모색하는 작품이 많이 보였다는 점은, 한국의 인디게임 시장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인디게임의 매력은 항상, 기존의 틀을 넘어선 실험적인 시도와 제작자 개인의 취향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인디 씬에는 공통점이 많이 보이죠. 하지만 젊은 층의 자살, 시각장애인의 일상, 고독과 소외와 같은 섬세한 테마를, 게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려는 자세는, 한국의 인디게임 씬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플랫폼과 개발자의 관계성입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이면서도, 개개인의 개발자의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환경 만들기는, 앞으로의 일본의 인디게임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이 아닐까요.

올해 버닝비버에서 만난 작품의 대부분은, 가까운 미래에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의 전개를 시야에 두고 있습니다.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더 많은 인디게임이 교류하고, 서로 자극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새로운 인디게임 이벤트 ‘버닝비버’가, 그러한 교류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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